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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야 살 빠진다…핵심은 칼로리가 아닌 '인슐린'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비만을 치료하려면,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비만, 잘못된 다이어트가 부른 악순환
우리 사회는 다이어트 열풍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살이 찌는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체중 감량만을 목표로 하다 보면, 다이어트는 비만의 악순환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실수가 바로 저칼로리 식단이다. 본래 칼로리라는 개념은 19세기 농화학자 윌버 올린 애트워터(wilbur olin atwater)가 가난한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필요한 열량을 섭취할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먹기 위해 만들어진 칼로리 계산법이 오늘날 빼기 위한 도구로 변질된 것.
물론 칼로리를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단기적으로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지속성이 떨어져 요요현상을 유발하기 쉽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당뇨·소화기·신장병 연구소(niddk)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방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 중 80% 이상이 5년 내에 요요현상을 경험했다.
'칼로리'가 아닌 '호르몬'에 주목해야
비만을 해결하려면, 비만해진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비만의 중심에 있는 것. 바로 호르몬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탄수화물이 포도당의 형태로 체내에 흡수되어 혈당이 상승한다. 이때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중에 떠다니는 포도당을 세포로 운반해 혈당을 낮춘다. 그러고도 남은 포도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거나 지방으로 전환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역할을 한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박성빈 원장은 "간과 근육의 글리코겐 저장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과잉 섭취한 포도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축적된다"라며,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면 글리코겐 저장 용량이 커져 지방 축적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혈당 상승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 발생한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세포가 점차 인슐린에 둔감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세포는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췌장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그러나 과도한 인슐린 농도는 여분의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려는 경향을 강화해 결국 비만을 유발한다. 박성빈 원장은 "비만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이 강해지면서 단백질 대사에도 영향을 받아 근육 생성이 더 어려워지고, 근육이 줄면서 지방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높다"라고 경고했다.
인슐린 저항성은 체중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 전반에 혼란을 초래하며, 당뇨병, 심혈관 질환, 지방간 등 심각한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이처럼 비만은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이다.
비만,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닌 중대한 '질환'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명백히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방이 정상보다 많이 축적된 상태를 비만으로 정의하며, 이를 평가하기 위해 주로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bmi 25kg/m2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고, 허리둘레는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일 경우 복부비만으로 정의한다.
비만병 단계가 높아질수록 건강에 미치는 해악은 더욱 커진다. 대한비만학회 '비만 팩트시트 2024'를 살펴보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2단계 비만병에서 5.1배, 3단계에서는 9.5배 증가한다. 고혈압 발생 위험은 5.2배, 이상지질혈증 발생 위험은 3.05배까지 증가한다. 모두 심혈관계를 망가뜨리고 각종 질환을 야기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들이다.
실제로 비만은 사망 위험 증가와도 직결된다. 3단계 비만병 환자는 정상 체중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5배, 순환계통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4배까지 높아진다. 더 큰 질병으로 이어지기 전에 비만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건강해져야 살이 빠진다
결국 비만의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요요현상이 발생하고 비만 상태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으로 호르몬을 조절해야 비만에서 벗어나고 각종 질환의 위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기억하자.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을 되찾는 데 있다. 살이 빠져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먼저 되찾아 자연스럽게 체중이 감소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도움말 = 박성빈 원장(하이닥 상담의사 내과 전문의)